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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매일신문: 황유선이 만난 사람] 유정은 내면검색연구소 대표

February 13, 2017

 

[황유선이 만난 사람] 유정은 내면검색연구소 대표

 

2017-02-10 04:55:02

 

심란한 시국을 살아내는 바쁜 현대인들. 우리는 매일 ‘도를 닦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힘들수록 마음을 추슬러야 함을 알지만 어지러운 세상 한가운데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정작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는 외진 곳으로 도피를 꿈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화되는 경쟁, 갈수록 진화하는 테크놀로지 환경이 우리 머릿속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놀랍게도, 인간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향한 움직임은 최첨단 IT 기술의 대명사 구글(Google)을 통해 구체화됐다. 세계적 기업 구글은 이미 명상을 통해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테크놀로지와 명상,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구글의 명상 시스템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는 내면검색연구소 유정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가 늘 화두였다.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컨설턴트로 8년을 일하며 한국 대기업의 조직 구조, 인사제도, 일하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회사원이 좀 더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내, 행복과 불행은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즉 사람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컨설팅 회사를 나왔다. 그는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한 엔지니어 차드 멩 탄(Chade-Meng Tan)에게 단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만나고 명상을 배운 뒤 돌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표적 기업 구글과 명상이라니 생뚱맞게 들린다. 구글에서 실천하고 있는 명상이란 무엇인가.

▶구글의 107번째 엔지니어 차드 멩 탄이 저명한 뇌과학자 및 심리학자들과 함께 만든 내면검색 프로그램 ‘Search Inside Yourself'(당신의 내면을 검색하라)이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과학적으로 리더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자 했다. 구글 최고 경영자로 부임한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구글만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하자 이미 구글에서 사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이 명상 프로그램이 공식 콘텐츠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Search Inside Yourself  프로그램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강연과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차드 멩 탄은 비영리법인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를 설립하고 아예 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 책은 곧바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며 전 세계로 구글 직원들의 명상 방식이 알려지게 됐다.

 

-명상의 필요성이 기업에서 나온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최근 들어 기업은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이를 받쳐주는 근본 즉, 내면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관심을 보인다. 이른 바 ‘아이스버그 모델’이라고 하는데, 조직원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행동의 의도를 바라볼 때 일의 효율성과 역량이 강화된다는 개념이다. 바로 이때 사용되는 정신훈련이 명상이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명상을 통한 조직원의 정서 함양으로 더 효율적인 일꾼을 양성해 이윤 확대를 기대하는 것이고, 조직원 입장에서는 명상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양상이다. 양측의 목표가 상반되는데 공존이 가능한가.

▶미국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다.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해 명상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조직원에게 당근과 채찍 중 채찍을 주면서 일을 잘하라고 독촉해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당근을 주겠다는 얘기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업의 의도가 무엇이든 채찍보다는 당근을 받는 것이 낫다. 여전히 채찍만 주는 기업이 많은데, 조직원들에게 당근을 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중요하다고 본다.

 

-명상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명상을 하면 개인이 받고 있는 고통이 실제로 해결되는가.

▶그렇게 묻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나는 가만히 있고 외부가 바뀔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건 미신이다. 내가 뭔가를 간절히 바란다고 우주의 기운이 모여서 갑자기 취직을 하고 배우자를 만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명상은 고통이 고통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일단 명상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화를 원하는 것인데 유정은 대표 말대로라면 명상의 목적이 모호해진다.

▶본인 스스로 집착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습이 명상이다. 예를 들어, 금목걸이를 오랜만에 꺼내면 엉켜 있다. 그것을 풀려고 핀셋으로 푸는 도중에 정말 욕이 나온다. 너무 짜증이 나는 상황 중에 누가 내게 말을 시키면 갑자기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안 좋은 말이 나간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옆 사람에게 화를 내고 한참 있다 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이런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명상은 호흡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호흡에 집중하면 자신의 마음이 고요해지며 내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온다. 이렇듯, 명상은 내 일상에서 환경을 대하는 나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나의 삶에서 작은 변화가 하나씩 생기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정국을 보고 있자면 짜증이 나고 불행지수가 높아진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 명상이 효과가 있을까.

▶차드 멩 탄을 만날 때 한 얘기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들여오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문화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해서 내가 더 잘났다고 느껴져야 행복하다. 남에게 인정받았을 때 행복하다. 우리가 말하는 행복 속에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나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행복의 원천 자체가 왜곡돼 있는 것이다. 명상은 그게 아니다.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내 안에서 오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러한 마음 연습을 하는 것이 명상이다. 실제로 차드 멩 탄도 천재적 엔지니어였지만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고 자아존중감도 높은 편은 아니었다. 명상으로 극복한 것이다.

 

-사실 명상은 우리 선조들이 수천 년 전부터 해오던 것 아닌가. 한국적인 문화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미국과 같은 서구 문화에서 각광받고 있다.

▶서양 사람들에게 명상은 새로운 것이다. 그들은 과학적이고 논리적 추론이 가능한 것에 열광하는데 21세기 접어들며 명상도 그것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실용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니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근래 들어 신문 175부에 달하는 만큼의 정보를 매일 접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수용하는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 많은 정보를 처리할 만큼 진화하지 못했고 과부하 상태다. 정신적으로 피곤한 것이다. 또 늘 새로운 것이 출현하며 미래가 너무 빨리 바뀐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이면서 가장 불확실한 시대다. 실존적 고통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그래서 오히려 2천500년 전 붓다가 만든 명상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럼 명상은 결국 종교인가.

▶아니다. 지금 미국에서 대중화되고 있는 명상은 ‘마음챙김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인데, 1970년대 말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존 카밧 진(Jon Kabat-Zinn) 교수가 방사능 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치료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종교적 색채를 다 뺐다. 그는 명상의 과학적이고 심리학의 이론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마음챙김스트레스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라는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그 뒤로 뇌 과학 및 심리학 분야에서 명상의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가 나왔다. 왜냐하면 명상의 효과를 측정하고 싶어도 그전까지는 정형화된 프로그램과 이론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적인 연구가 어려웠다. 하지만 MBSR을 기반으로 명상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논문도 굉장히 많이 발표됐다. 명상이 본격적으로 과학적 학문 영역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계기였다. 특히, 콘퍼런스에 참석한 달라이 라마가 서구 학자들을 향해, 지금까지 우울증이나 분노장애 등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연구는 많은데 사랑, 행복, 연민 등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가 왜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 일화가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긍정 심리학 분야 대가들이 명상을 두고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 즉, 붓다가 실현하려고 한 해탈은 신비주의가 아니다. 해탈이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요즘의 긍정심리학 관점으로 보면 행복해진다는 의미다. 3년 전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마음챙김명상이었다.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 중에도 이런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애초에 차드 멩 탄은 계몽적 리더십을 염두에 두고 명상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는 지난해 바티칸에서 주교님들과 명상을 하기도 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도 명상 과외를 받았는데 스승이 영국의 로렌스 신부였다. 스티브 잡스도 어릴 적부터 명상을 했고 미국 하원의원 팀 라이언도 명상으로 유명하다. 사실 명상은 리더에게 더 필요하다. 주기적인 명상은 인지적 오류 가능성을 낮추고 맑은 정신 상태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리더에게 명상은 해독제다.

 

-그럼, 어린이들에게도 명상이 좋은가.

▶영미권에서는 이미 명상을 과목으로 넣기도 한다. 아이의 뇌가 성장하는 시점에서 특히 명상은 중요하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데 간단한 손동작으로 작동하는 데 익숙해지면 참을성이 없어진다. 즉각적 반응이 없고 한 번에 안 되면 짜증을 내는 습관이 생길 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증도 우려된다. 아이들의 명상훈련은 아이 언어로 하는 것이 좋다. 호흡에 집중하라는 말 대신 “숨을 쉴 때 몸에서 어떤 부분이 움직이는지 보자”라고 하며 배와 같이 특정한 부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아이가 화가 난다고 하면 촛불을 보면서 다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자고 하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함으로써 아이의 공감 능력, 소통 능력, 사회성이 향상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알려 달라.

▶뇌 구조는 변한다. 명상은 의도적으로 뇌의 신경구조를 바꿀 수 있는 훈련이다. 하루 단 1분이라도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히 호흡에만 집중을 해보자. 이는 곧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호흡은 언제나 누구나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내 신체의 우세 감각이다. 그래서 호흡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차리기 쉽기 때문에 호흡에 집중해 명상하는 것이 좋다. 요즘 메타 감정(meta-emotion)이라는 개념이 유행이다. 이것은 주의를 어디에서부터 멀게 한다는 느낌이다. 바깥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은 결국 나를 향하게 된다.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이럴 때 메타 감정이 유효하다. 우리가 근육운동을 굳이 안 하고 살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은 더 좋아진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황유선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사 작성일 : 2017년 02월 10일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338&yy=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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